2009년 10월 28일
아름다운 위로의 손길 / Schubert - Der Gondelfahrer (D.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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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가 괴테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곡을 붙인 시인은 그의 친구(...라기엔 9살 연상) Mayrhofer이다.

우중충하고 심각한, 동성애자인, 이 시인과 스무살을 앞둔 슈베르트는 같이 살게 되는데,
시인은 시를 쓰고 작곡가는 그 시에 곡을 붙이는 가난한 예술가의 생활은 그렇게 3년간 계속된다.

주변 건물들로 인해 늘 어둠컴컴했던 그네들의 집을 따스하고 밝게 만드는 것은
시인이 시를 쓰고, 작곡가가 곡을 만들어가던 그 순간들이었다고,
그 순간들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라고 썼던 이 시인은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한 채 죽었을까?

슈베르트의 죽음에 꽤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던 이 시인은
도나우 강물에 한 번 몸을 던진 것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결국 오피스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
3년간의 동거생활 후 냉랭해진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어쨌거나 서로의 예술에 대해서만큼은 평생 관심과 애정, 존경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시인은 종종 슈베르티아데 모임 한켠에 서서 슈베르트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하고,
슈베르트는, 소원해진 관계 속에서도 그를 잊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었는 지
1824년, 그의 시에 곡을 붙인 세 곡의 노래를 헌정하고, 또 몇몇 곡들을 남겨놓았다.



***
깊은 절망과 고독으로 가득했던 이 시인이 오직 한 순간 눈을 반짝이며 깨어있을 때는
젊은 슈베르트의 노래를 들었을 때 뿐이었다고 전해진다.

막 서른을 앞두고 있던 시인은, 막 스무살을 바라보던 젊은 작곡가의 노래 속에서 일종의 healing power를 느꼈고,
슈베르트가 노래를 붙여주었을 때만 나의 시가 살아난다,고 했다고 하니,
아마도 그는 이 어린 청년을 꽤나 존경하고 사랑했던 것이 분명하다.




****
약 50곡에 달하는,  슈베르트의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mayrhofer의 시들.
병을 얻은 작곡가가 마지막으로 옛친구의 시에 붙인 곡은,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이 합창곡이다.

슈베르트는 마치 그네들이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병도 없고 아픔도 모르던 젊은 그가,  이 고독한 시인에게 주었던 그 손길을 마지막으로 다시 내밀듯이,
한없이 꿈결같고 사랑스런 발걸음으로, 시인의 시에 마지막으로 노래를 붙이고,
그것은 그렇게 옛 친구를 향한 마지막 선물이 되어버린다.



얼어붙은 땅에서 발견한 것이 죽어버린 새일 뿐, 이라고 노래하던 이 암울한 시인,
죽은 친구와 함께 나도 날아가버리고 싶다고 펜을 움직인 이 시인을
마치 미리 다독이듯이.
병도 없고 슬픔도 없는,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는, 그 어떤 곳으로 노를 저어 가고 싶다는 듯.
그의 시에 화답하며,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박자를 맞추듯, 이토록 아름다운 음표들로......




..........글을 썼는데 다 날아가서 그냥 노래나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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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놀이 | 2009/10/28 15:34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6)
Commented by Levin at 2009/10/29 05:43
아침에 듣기 좋은 노래군요, 밖에 비는 줄줄 내리고 있지만.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10/29 07:55
여기도 한 일주일 내내 비가 줄줄 내리고 있습니다. 이 곡은 언제 들어도 참 기분 좋아지는 곡인 것 같아요. 얽힌 사연은 좀 처연하지만....
Commented by cleo at 2009/10/29 15:35
그거 아세요?
잡다한 업무에 시달리다 맞이하는 나만의 한가로운 오후 티타임에,
그림자님 블로그에 실린 노래들이 배경음악이 되고 있다는 거......

쓸데없이 분주한 나의 마음을 다독거리는거 같아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10/30 14:44
기분 좋은 덧글인걸요? ^^
Commented by JIYO at 2009/10/30 03:09
뒷면의 사연을 알고 만난 작품이 아름다울수록 어쩐지 더 슬픈 느낌이 들어요.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사랑시를 보면 마음이 아프듯. 노래가 참 곱다 싶은데, 사연을 알고 들으니 왠지 쓸쓸해집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10/30 14:49
전 노래가 참 곱다, 라는 말이 가슴에 더 와닿네요. 그렇게 생각하고 듣다보니 정말 '곱'네요. ^^
슈베르트의 노래들은 가끔 현실에서 좀 벗어한 데를 걷고 있을 때가 있는데 이 노래도 그 중 한 곡인 것 같습니다. 슬픈 생각들은 다 잊고, 술 한잔 하고 들으면 정말 현실과 환상이 몽롱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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