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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21일
* 아마도 시각보다 청각쪽이 좀 더 예민한 편인 나는사람 얼굴은 기억 못해도 목소리는 꽤 오래 기억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옛날 애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도무지 아무리 떠올려봐도 가물가물한데 그네들의 목소리는 머릿 속에서 아직도 제법 생생하게 울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아는 사람도 하도 얼굴을 자주 까먹어서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잘 못알아보니 사람들은 내가 고의로 모르는 척을 한다든지 무시한다고 오해를 하기도 하였으나 이미지를 기억하는 일은 아직도 어려운 일이다. 대신 전화 목소리는 기가막히게 맞출 자신은 있다. ** 비슷한 이유로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노래들이, 가수가 바뀌어서 울려퍼지면 그 어색함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고 다른 건 대략 까탈 부리지 않으면서도, 음악 듣는 데 있어 목소리에 대한 편식은 좀 유별난 편이다. 설날이나 추석 때 연예인 노래자랑 프로그램 같은데서, 귀에 익은 조용필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르면 그게 그렇게나 거슬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노래방도 별로다. 그런 탓에 오페라나 가곡들을 여러 종류로 듣는 일은 별로 즐기지 않는 일이고 개중 슈베르트 가곡들들은 음역대가 달라지는 것도 느낌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지는 탓에 그것들을 테너음역대로 듣는 일도 꽤 오래 즐기지 못하던 일이었다. (처음 접했던 것이 바리톤 음역이라서...) 절대음감이니 상대음감이니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음악을 들을 때 좀 성가신 것은, 그것이 낱낱이 개별 음으로 인지가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귀에 들리는 음이 머릿 속으로 고스란히 피아노 건반에 해당하는 음을 누르는 것처럼 그려진다는 것.... 그러니 슈베르트 가곡을 여러 음역대로 듣는 일은 좀 성가신 일이었다. 바리톤이 부를 때와 테너가 부를 때의 조가 다르기 때문에 머릿 속에서 한 번씩 전조를 해 줘야 하는...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애를 쓰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듣기가 힘들다고 해야하나... 엊그제까지 괴르네가 부르던 이 곡은 '파' 로 시작했는데 오늘 보스트리지가 부를 때는 솔로 시작하면 기본 음을 한음씩 올려서 들어야 하니까 뭐랄까 거슬리지 않지만 머리가 왠지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 것같은 느낌..) 물론 더 난감한 일은 어쩐지 똑 떨어지지 않는 음색의 포르테피아노나 핲시코드의 애매한(피아노와 비교했을 때) 음을 듣는 일이다. '솔' 음에서 5% 내려간 음이에요... 뭐 이런 느낌이랄까... ....지금은 나름 익숙해져서 불명확성의 짜릿함을 즐기고 있지만,, *** 비슷하지만 좀 다른 이유로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콧소리 가득한 피셔-디스카우의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었고 지금도 머릿 속에서 흥얼거리다보면 당연 90% 이상은 그의 목소리가 플레이 된다. 바리톤 음역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괴르네의 목소리에 별다른 무리 없이 금새 홀따닥 빠져 즐겼던 이유는 그가 '전혀 다른' 어쩌면 정 반대의 색감과 울림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라기 보다는 솔직히 목소리가 참 섹시해서..... ^^;;) 그 외의 다른 가수들은 별 다른 감흥 없이 다가오는 편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바리톤이다 정도... 프라이나 홀츠마이어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들의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딱히 홀따닥 빠지지는 못한다. 여전히 특정 곡을 떠올리면, 머릿 속에서는 피셔-디스카우 아저씨의 음성이 플레이된다. 그의 콧소리 파워는 막강하여 참으로 잊혀지질 않는다. 테너에서는 고만고만한 목소리들이 딱히 관심을 끌지 못했었는데 사실 야들야들한 목소리, 떨림이 적고 투명하게 울림만 많은, 혹은 곱고 가느다란 목소리를 싫어한 취향 탓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분덜리히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름답다' 고 느끼면서도 '홀딱 빠지지' 못한 탓은 그에게 결여된 '섹시함' 때문인 걸 어쩌겠는가 --; 적당히 걸걸하고 거칠거칠한 떨림이 없는 소리들은, 왠지 '실제상황' 같지 않아서 싫고, 다 거기서 거기로 맹맹하게 들릴 뿐인데 오페라가 아닌 가곡을 부르는 데 있어서 테너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걸걸해질 수 있을까(혹은 걸걸해야 하나?)는 사실 의문이기 때문에 그냥 테너는 언제나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곤 했다. 요즘 가수들 중 그나마 슈베르트 가곡에 한정하여 자주 듣는<테너> 아저씨들을 생각해보니.... 이안 보스트리지는 꼭 애매한 지점에서 느닷없이 드라마틱 과장을 하여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배신 때리듯 팩 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고... 너무 창백하여 오래 듣기 힘들고, 프레가르디엔의 목소리는, 자꾸 듣다보니 왠지 질리는 구석이 있었다. 이상하게 가끔씩 맥아리가 빠지는 구석이 있달까 지나치게 먼 곳에서 소리를 불러오는 것 같달까.... 그의 목소리는 분명 매력은 있는데..... 침착하고 깊고 진중한 구석이 마음을 울리긴 하는데... (역시 섹시하지가.. 않아서.... ^^;) **** 그러다가 우연히 듣게된 그의 목소리는 실은 오래 전에 낙소스 슈베르트 가곡 시리즈 중의 하나에서 출발했다. (이 음반은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한다.) 종교음악 많이 부르셨다는데 종교음악쪽과는 친하지 않으니 고작 지휘자나 알지 솔리스트 이름까지 외우고 있으랴. 그가 물방앗간 아가씨도 녹음하고 백조의 노래도 녹음했다는 걸 안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부랴부랴 찾아들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이제껐 들었던 테너의 슈베르트 가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지녔다. 울림이 많으면서도 저음에서도 떨림이 있고,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들리고, 욕심이 많지만 긍정적이고 착한 목소리다. 더더욱 맘에 드는 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흘러가는 피아노반주. 뭐랄까.. 과장이나 드라마틱 없이 그냥 그들이 느끼는 그대로 부른다고 느껴진다는 점. 그냥 있는 그대로의 열정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듯한 그네들의 연주는 분명 '젊음' 그래로이다. 어쨌거나 그의 노래에 반주를 한 Kristian Bezuidenhout (뭐라 읽어야 하나?? ) 의 포르테 피아노반주가 너무 맘에 들어서 찾아봤더니 79년 생. 나 보다도 네 살이나 어린 청년이다. (아.. 이제는 다들 나보다 어려.....)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그 젊음과 비극 속에서도 감춰지지 않는 야릇한 긍정성은 젊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어떻게하면 단조도 즐겁게 만들 수 있지? 슈베르트가 물었다고 한다. 그 답을 슈베르트만큼 잘 풀어놓은 사람이 또 어디있을까? 그리고 그 답을, 그 이 젊은이들은 너무도 확실하게 가지고, 망설임없이 풀어놓고 있다. 그네들의 노래가 어찌나 맘에 드는지 근 한달 넘게 끼고 있다. 연중행사로 꼬박꼬박 듣는 이 가곡을, 올해는 피셔-디스카우 아저씨 제치고 1순위로 찾아듣게 만든 그네들이다. 백조의 노래도 듣다가 가슴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Winterreise는 녹음 안 하시려나들 !!! ![]() 옵빠~ 목도리에 코트도 너무 멋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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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브랜드가 매우 궁금하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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