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27일
바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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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학기 내내 하루 한시간씩 speaking 수업을 듣고, 이번학기엔 writing 수업을 듣는다.

아줌마들 득시글거리는 커뮤티니 수업은 아무 한국 아줌마, 아저씨들이 나이 어리다고 반말로 말 놓는 것도 듣기 싫고,
음식 이야기, 애들 이야기 등으로 한정되는 토픽 주제도 심드렁해서 무턱대고 대학교에서 청강생으로 이리 살고 있지만, 
새파란 아이들과 있는 것도 그닥 즐거운 일은 아니다.
뭐하려고 이러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살려고 참 발버둥을 치고 있긴 한 것 같다.
성질이 좋지 못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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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ing 수업은 주어진 토픽 가지고 그냥 편한대로 말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프리젠테이션 하는 (그냥 프리토킹 수준) 정도라서
부담이 없었는데, writing 은 만만치가 않다.
내가 작정을 하고 공부하러 온 게 아니니만큼 토플을 보길 했나 뭐 시험 준비를 해봤나...
고3때 수능 보고난 이후로는 영어는 땡이었으니 말하기 듣기는 몰라도 쓰는 일은 도대체 까마득히 먼 일 아니던가....

게다가 애 둘 낳고보니 머리도 나빠져셔, 요즘은 한글도 잘 안써지는 데 영어로 글을 쓰려니 난감하다.
40분에 간신히 한 장 채우는 게 힘들어서 생 고생을 하고 나니, 다음 시간에 교수가 이 수업 듣지 말라고 할까 겁이난다.
설마 갸륵한 청강생을 내치랴... 싶기도 하지만, 내가 봐도 내 글이 글같지가 않아서 한숨이 난다.

어쨌거나 앞으로 써야할 것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개씩은 될 터이니 
전직 대통령 두 분 때문에 올 여름 내내 너무 자주 들락거렸던 한국 사이트도 진작에 빠이빠이가 되었다.

'작문' 의 원리 및 방법이야 내가 한 두 해 가르쳤던 게 아니건만
언어의 장벽 앞에선 쓸모가 없구나... 
방금 전까지도 교재를 읽다가 혼자 가슴을 팡팡 쳤다. 방법을 알면 뭐하나..... 그게 영어로 술술 나오지가 않아 문제지...
한국말 잘 하면 영어도 잘 한다고 누가 그랬나? 쳇.



***
뭐하려고 이러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렇게 가다보면 길이 보일까 하고 간다.

내 청춘 다 바친 조국으로는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한 때 '동지' 라 일컫던 인간들의 추한 꼴들도 다 봐버린, 그 곳은 이제 내 20대가 무덤이 되어버린 곳이다.
정상인으로 남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사실 내 스스로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텐데
그것까진 너무 힘들고, 그냥 주저앉지 않는 상태로 발걸음을 앞으로 향하고 있는 정도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좋게좋게 생각하자.


****
열심히 살려고 하니까 또 들어앉은 감기몸살 녀석이나 얼른 나가주었음 좋겠다. 






 
 
과거를 돌아보는 그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에는 늘 힘이난다.

슈베르트, 퀸텟, D.956 4악장, 라파엘 앙상블,연주. ... (영타가 귀찮아졌다...)

누군가 이 곡을 검색어로 내 블로그에 왔길래 꺼내듣는다.....



by 그림자놀이 | 2009/08/27 14:28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6)
Commented by Levin at 2009/08/28 05:53
그거 제법 기쁘겠군요. 제 블로그에는 '자살하는 방법' 같은게 찍히던데.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8/29 00:31
그거 좀 난감하겠군요....
Commented by 나디르Khan★ at 2009/08/28 17:20
저희 어머니도 잠시 타국계실때 대학 청강 들으셨던 기억이 나는데, 왜 그러냐고 여쭤보니까 배우는 기쁨이 제일 커서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림자님도 말씀은 저리 하시지만 좋아서 하시는 것 아닌가요 ^^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8/29 00:34
좋아서.. 는 아닌 것 같구요... '술술 읽고 쓰는 일' 이란 걸 늘 당연하게 여기다가, 그걸 못하니까 스스로가 너무 바보같아서 못참겠더라는.... ^^;;
Commented by tearlman at 2009/08/29 13:43
정말 글 맛깔나게 잘 쓰시네요~ ^^ 예전에 고클에서 시카고 심포니 연주회 감상문에 댓글 몇번 달았던 유학생입니다. 얼마전 학위 마치고 시카고에서 직장생활 시작했는데, 저도 영어때문에 스트레스 이빠이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학교에 있을땐 한국 사람들도 워낙 많고 인터내셔널들이 많아서 그럭저럭 의사소통하면서 졸업까지 했는데, 미국애들이 대부분인 직장에서 일하려니 영어가 정말 만만치 않네요. 가끔 비슷한 기간을 미국에 머물렀지만 저보다 영어가 훨씬 나은 인터내셔널들을 보면 (이런 경우 보통 비교적 어린나이에 미국에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암담하기도 합니다. -_-;;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영어 실력이 는다고 하니 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많은 성취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애기 엄마라고 하셔서 저보다 연배가 위일 줄 알았는데, 수능 보셨다는걸 보니 저보다 위는 아니겠네요. (제가 수능 1세대거든요. ^^) 고국과 멀리 떨어진 타지에서 여튼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가족들이랑 행복한 보내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8/30 04:29
아하핫.. 저도 수능 1세대입니다.. ^^

예전에 샴페인에 계시다고 했던 분 아니신가요? 시카고에서 직장생활 하시면 공연 보기는 너무 좋겠습니다...(부러워요~~)
걍 편히 살면 영어 스트레스 안 받고 그냥저냥 살만도 할 정도이긴 한데... 제 성격이 좀 그렇질 못해서 생고생입니다. --;
가만 앉아서 암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이렇게라도 하면 뭐 점점 나아지겠지, 하며 살고있습니다. ^^ 뭐, 그것 이외엔 방법이 없잖아요? (라고 말하면서글프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으니...)

가끔 혼자서 시카고(까지..정성도갸륵...) 가서 공연 보고 오기도 하는데, 애가 둘이 되고부터는 그것도 만만찮은 일이네요.
이번에 베를린 필은 달랑 하루 공연에, 그것도 주중 화요일에 공연을 해서 바들바들 분노에 떨고 있는 중이고, 기껏 결심했던 무티의 독일레퀴엠 연주는 아들녀석 피아노 올림피아드땜에 포기해야 할 판국이랍니다. - 내년의 루푸 아저씨랑 폴리니 아저씨 리사이틀이나 노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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