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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20일
* 없는 시간 쪼개서 피아노를 더듬 더듬 다시 시작한 이유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슈베르트의 소나타들을 한 번이라도 쳐보고 싶어서였다. (베토벤 마지막 세 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쳐 보겠단 생각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다.) 거대하게 잘 쳐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그저 무슨 곡들을 평생 머리와 가슴과 손가락으로 기억하고 있으면, 종종 행복해질까, 생각해보니 딱 저 두 작곡가의 곡이 떠오른 것이 뿐이었다. ** 가장 손에 익어서 자주 치는 곡은 베토벤 비창 소나타와 쇼팽의 왈츠들이지만 솔직히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쇼팽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 작곡가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피아노좀 쳐보라 하면, 암보로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게 쇼팽들밖에 없던 탓에 (마지막으로 치다가 끝낸 곡들이 쇼팽인 탓이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남 앞에서는 맨날 그 처량맞은(내가 치면 맨날 처량버젼...) 쇼팽만 치고 있었더랬다. 그러나 암만 듣기 좋아도, 남들이 듣기 좋다 하여도 나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쇼팽 곡들을 좋아하지 않는 걸 어쩌란 말이냐. 피아노를 치면서, 매일같이 건드리고 싶은 곡들은 따로 있었지만, 그런 건 피아노 학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았고, 체르니 50과 쇼팽 왈츠와 마주르카로 피아노 레슨과 종지부를 찍어버린 중 3 이후로는 피아노를 다시 치겠다는 생각도 아예 안(못)하면서 바쁘게만 살았으며, 피아노 음악 자체도 심드렁해진 지 오래되었더랬다. *** 서른이 다 되어, 느닷없이 말도 안 통하는 남의 나라에 와서, 외로운 마음에 다시 악보를 보고싶단 생각에, 애들 재워놓고 피아노 앞에 앉은 순간, 갑자기 내가 길을 잃었단 생각이 들었었다. 어디로 가야하는 지, 어디만큼 왔는 지. 늘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내 모습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그 순간, 떠오른 것이, 난데없다 싶은, 슈베르트, 였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의 성악곡 이외에는, 언제나 시니컬한 반응이었는데.) 그리고, 악보를 더듬더듬, 읽으며 한밤중에 몰래 건반을 두드릴 때, 마치 오래 찾고 있었던 , 어디다 두었는 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애 태웠던 물건을 엉뚱한 곳에서 찾아서 놀라고 어이없이 기뻐지는 것마냥, 그렇게, 홀따닥,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달까. 이게, 이렇게나 좋은 곡이었던가!!! 음반으로 들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너무도 수많은 것들이, 더듬거리며 쫓아가는 음표들 사이에서 존재하고 있었고 나는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그러나, 황홀하게 매력적인 것만큼이나 그렇게 치기 어려운 곡들이 또 있을까. 가뜩이나 한옥타브 겨우 짚어내는 손가락들이 '노래하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잡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하물며, 정신을 오롯이 집중하지 않으면, 한 악장도 제대로 쳐내기가 힘들고 정성들여 건반을 누르지 않으면 비스므리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페달을 이리 밟아보고 저리 밟아본다고 해도 해결되는 게 아닌, 그의 노래는, 아직도 나에겐 한없이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암튼 시간 나면 한 페이지씩, 두 페이지씩이라도 걍, 마음 비우고 치는 게 그의 소나타들인 이유는, 글쎄... 그냥 한 두 페이지만 쳐도, 그 멜로디만 계속 반복해도, 지루한 줄을 모르겠는 탓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듯,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그의 노래는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 사실 마지막 소나타는 욕심내지 말자고.. 말자고... 나중에 나중에 치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하도 좋아하는 곡이라서 오며 가며 자꾸 건드려보곤 했는데 1악장은 도무지 체력적으로 힘든데다가 암보는 엄두도 못내는 일이지만 (1악장 첨부터 끝까지, 일관된 템포에, 분위기를 유지하며, 레가토로, 친다는게 얼마나 기진맥진에 가깝게 피로한 일인지..) 2악장은 종종 건드려보던 게, 어쩌다보니 암보가 되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난감한) 셈여림 기호들까지 다 외우는 건 아니라, 아직은 암보로 치는 게 무리는 무리지만.. 가끔, 힘든 일이 있거나, 까닭 없이 외로울 때, 와인 한 잔 하고, 아이들 다 자고 있는 깜깜한 새벽에 치면 이 곡만큼, 사람의 다치고 쓸쓸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곡이 또 어딨을까. 어쨌거나 그런 이유 때문에 괜히 몇 마디씩 쳐보던 곡 아니었던가. 아직 암보로 치기엔 조금 서툴어서 틀리는 구석도 많지만, 어쟀든, 너무 좋아한 나머지, 얼렁뚱땅 외워져버린 곡. 몸을 이리 저리 흔들면서, 눈을 감고 한밤중에 치면 마치 끝없이 먼 곳을, 배를 타고 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곡. 적어도 그 음표들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만큼은,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곡.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곡을, 외워서 칠 수 있게 되다니. 피아노 배운 보람을 오늘에서야 찾는가 싶어서 기념으로 녹음해봤다. (악보 보니까, 틀린 구석이 꽤 많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악보 없이, 시도해보았으므로, 용기가 가상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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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브랜드가 매우 궁금하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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