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1일
백조의 노래, Goerne, Eschenb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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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조의 노래' 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다면, 슈베르트는 이 가곡들에 혹시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Hanslinger 의 노래 배치는 참 기가막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한 데 묶어서 출판하기를 원하지도 않았던 슈베르트는, Rellstab 와 Heine 의 시들의 묶음에 
제각각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저 무제로 남겨두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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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노래들 중에 가장 '난감' 하게 다가오는 것 중 으뜸으로 꼽으라면 당연 이 노래들일 것이다.
그 안에는 그가 지금껏 노래했던 그 모든 감정이 다 들어있다. 
사랑과 동경, 희망과 절망, 꿈과 환상, 현실, 그리고 죽음까지.

사실 '겨울나그네' 는 사실 매번 눈물을 질질 짜면서 들어도,  단 한 번도 '슬프다' 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열려진 결말 안에서는 사실 (감정적)슬픔보다는 그저 숙명같은, 끝없는 여정을 볼 뿐이다.
눈물이 흐른다면 그것은 그 보편적인 '숙명'에 대한 것일테다.
그 곳에는 슬프다, 기쁘다, 의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애초에 없을 지 모른다. 시작도 끝도 없는 방랑 뿐이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역시 비극적 줄거리가 뚜렸하지만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노래에서도 '끝' 을 느끼지는 않는다.
화자의 시선도, 독자(혹은 청자) 의 시선도, 아마 시냇물과 함께 계속 되는 '여정' 속에 남겨진 채일 것이다.
마치 겨울나그네의 '보리수' 처럼., 그가 그리는 '미래' 는 마치 '과거'에서 불러온 환영, 처럼 회상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백조의 노래' 에서는, 그것이 분명한 스토리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가
작곡가가 '연가곡' 으로 묶어놓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죽음과 끝, 이 보인다. 
(비단 Doppelganger,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 '끝' 과 '작별' '놓아버림' 이 보인다. 심지어 'Die Taubenpost' 에서도 말이다.)
그것이 이 연가곡을 듣는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가장 간단한 이유가 될 것이다.


***
사실 그래서 잘 듣지도 않는다. 저 곡들을 제정신으로 '자주' 듣는다는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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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다시 듣게 된 것은 아마도 Pregardien의 음반 때문일 것이다.
한 톤 올려진 테너의 음성, 그러나 Bostridge 가 가진 왠지 모를 (소리의)가벼움과 
어쩌다 한조각씩 팩, 거슬려버리는, 인위적인 드라마틱함(?)이 없는 그의 목소리는 
아름답지만 자연스럽고 적당히 '담담' 한 흐름을 지녔다.
느껴지는 분위기가 (소리의 유사성이 아니라) 어쩐지 피셔- 디스카우, 의 테너 버젼쯤으로 들린달까.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그가 백조의 노래 뒤에다가 seidl 시에 붙인, 제법 따뜻하고 밝은 노래들을 넣어놔서 그런지도 모른다.
끝까지 다다른 길에 잠시 숨통을 틔워주었는지도 모를 일.


*****
그러나 한 번 쯤 들어봤음, 하는 '백조의 노래' 는 당연 괴르네 아저씨의 목소리다.

이 분에 대해선 할 말이 많은데....

일단, 시작은 그의 '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부터였다.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듣다가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한 곡, 한 곡으로 진행하면 할 수록, 갈수록 드라마가 비극으로 치닫는 것은 둘째치거니와
그가 부르는 '시냇물의 자장가' , 그 마지막 노래가 어찌나 길고, 끔찍하게 비극적이고 어두웠던지...
아무튼 그토록 잔인하게 가슴이 멍들어버린 '물방앗간 ...' 은 첨이었다.
아마도 그는 그 노래에서 '끝' 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간은 평행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 방향을 바꾸어버린 듯 했다. 
무덤 안으로, 땅 속으로, 존재에서 사라짐으로.

그 충격의 여파는 만만치 않아서, 기분전환을 시키려고  며칠 뒤 Holzmair 의 노래로 같은 곡들 들었는데
역효과만 얻었다. 따스한 흐름의 Holzmair의 노래를 들어서 그런지 Goerne의 노래는 이전보다 더더욱 비극적으로 들렸다. 
(그래서 싫냐면 그것도 아니었고, 실은 괴르네의 그 음반에 반했다.)

그러다가 그를 직접 보게 된 것이 아마 둘째 임신 중에 시카고에서 베토벤 9번을 보던 중이었을 것이다.

세가지에 놀랐는데,
하나는 1악장부터 4악장, 본인의 독창부분 전까지 지휘자인 블롬슈테트 할배랑 눈을 마주치면서 
온 몸과 머리로 헤드뱅잉을 (심하게는 아니었지만) 하더라는 것 
파르라니 삭발한 머리로 조폭처럼 하고 왔더라는 것, (노래 하려고 일어설 때까지 못알아봤다. 그날 독창자의 배치도 이상했고..)
그러다가 일어서서 노래를 시작한 그의 목소리가 '어마어마한' 크기였다는 것. (몸으로 소리의 진동이 느껴졌달까.)

그리고, 지난 겨울에 예당 자료실에서 혼자 팥빵 뜯어먹고 앉아서 듣기 시작한 그의 '겨울나그네' 에서
또 한참을 먹먹하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였으니 더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도 같지만,
첫곡부터 눈물이 나게 만드는 그의 특별한 '울림' 과 '숨소리' 는 깊고도 깊은 탄식이 되어 내 마음을 건드렸다.
요즘도, 겨울나그네 중 아무 곡이나 괜히 들어도, 걍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의 음성은.




******
그런 그가, 슈베르트 연가곡 셋 (물방앗간, 겨울나그네, 백조의 노래) 을 다 싸 짊어지고 시카고로 왔다.
한국에는 꽤 자주 오는 것 같은데, 아마 그가 첨으로 내한한 2005년에, 나는 한국을 떠나왔다.
(한국에 괴르네 온다고 할때마다 속이 쓰리곤했다는...)

어쟀거나..
게다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무려,  에센바흐 오라배~~

이 분 피아노 접고 지휘하신 이후로 아쉬움이 남달랐었는데
마지막 백조의 노래 공연에서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까지 연주한다는....
이 오라배의 아베그 변주곡과, 슈베르트 소나타에 뿅 갔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보고 싶어서 손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

문제는 그 두 분이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오는게 아니라
Summer Festival 중인 시카고 외곽 Ravinia로 온다는 점.

다운타운이면 혼자 호텔방에서 자고 다녀올 수 있는데, 거기는 다운타운에서 약 1시간 떨어진 곳이라
공연 끝난 후(밤 10시 이후가 될 터..) 지하철을 타든 택시를 타든, 홀로 숙소를 가기가 무척 난감한 곳이라는 점...
게다가 연가곡 세 곡 시리즈를 월, 수, 금, 에 걸쳐 띄엄 띄엄 공연한다는 점.
등등이 난제로 떠올랐다.

하루는, 가고싶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근처 호텔을 알아보고,
또 하루는, 숙박까지 생각하면 돈이 얼만데.. 하고 마음을 접고,
또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내내 이 노래가 나왔다.


뭐지, 뭐지 한참 생각해보다가 D.768 (Wandrers Nachtlied II)  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오늘 음악을 듣다 보니,  꿈에 나온 그 노래가 저 노래가 아니라  '백조의 노래 '중에 있는 'Am Meer' 라더라는 것.


이럴 때는 하늘의 계시 운운하는 법.




시리즈 마지막 날인 금요일, 백조의 노래,(클릭!) ... 라도 들으러 갈까 생각 중......................
덤으로(?) 에센바흐 아저씨의 D.960  소나타도 듣지 않는가 말이다...

아.....그러자니 수요일에 하는 그의 '겨울나그네' 가 무지하게 발목을 잡는데... 어쩔까나....
오늘도 한 서너번 마음이 오락가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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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놀이 | 2009/07/01 17:35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5)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07/01 22:58
괴르네를 직접 들으실 수 있는 기회라니, 무척 부럽습니다. 저는 음반만 가지고 있는데, 제가 워낙 초짜지만 저도 보스트리지 보단 괴르네가 훨씬 좋습니다. 아직 슈베르트 가곡은 걸음마 수준이니 더 열심히 들어보아야 겠지요. 저는 어제 플레트네프/RNO 내한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오랫만에 가보는 공연이어서인지 무척 좋았고, 아직까지 못 헤어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막 오케스트라 조율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중 하나가 바로 오케스트라 조율하는 소리랍니다 -_-)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7/02 12:16
괴르네 아저씨야 한국에는 자주 오지 않습니까??.. 근자에도 이틀씩이나 공연하고 가셨던데요...(무지 부러웠습니다.)
지난 겨울에 보스트리지 옵빠도 다녀가시고... 서울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풍요로운지는 여기 와서 절실히 느낍니다. ^^;;
(하기야 아무리 풍요로워도 바쁘면 그림의 떡이겠지요.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직장에 매여 공연장 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슈베르트 가곡은,언어적 문제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실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줄창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시에 음악을 입혀놓는 일이 너무 매혹적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요.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 장벽 때문에 운율문제는 걸리지만, 이미지화는 번역으로도 얼추 가능하니까요.

저도 오케스트라 조율소리 좋아하는데, 반갑네요^^. 난생 처음 오케스트라 공연 보러 갔을 때는 그 조율소리가 며칠씩 쟁쟁대더군요.
어찌나 쇼킹하게 아름답던지!!



Commented by jascha at 2009/07/03 08:49
그림자놀이님, 지방 사는 사람들에겐 서울이 다른 나라예요.
문화적으로 척박하기는 말하면 입아프죠 -.-
여기서는 직장이건 뭐건, 일요일 공연 아니면 서울서 하는 공연은 아예 올라갈 기회가 없답니다.

CelloFan님, DP의 CelloFan님이신가 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7/03 09:24
미국도 대도시 제외하고는 척박하긴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땅덩어리까지 커서.... (제 사는 곳에서 시카고까지가 한 6시간 걸리니깐요.)
문화생활, 접은 지 오래되었지요.. 게다가 미국인들 자체가 일단 별 문화라는 게 없기도 하거니와
대도시와 또 중소도시, 소도시간의 격차도 어마어마하게 큰 편이구요..
사실 문화 뿐 아니라 빈부격차 역시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도 하죠.

CelloFan 님은, 블로그 방문해 보니 서울 사시는 것 같아서 답글을 그리 달았던 것이었습니다. ^^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7/03 09:30
jascha 님, 그러구보니 저도 여기 와서는 일요일, 그것도 낮 공연 아니면 볼 수가 없긴 마찬가지네요.

저녁 공연 한 번 보겠다고 6시간 기차타고 가서 혼자 호텔방에서 하루 자고 온 것 빼면요. --;
갑자기 울컥 하는군요.
게다가 고음악 같은 경우는 아예 '아웃오브 취향' 인 것 같아요. 여기는. ^^

광주는 멋진 시향이라도 있는데 말이에요. ^^...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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