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24일
민감한 더듬이, 성향, 잡다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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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베르트의 심각한 조울증과 알콜 및 니코틴 중독에 관한 글을 읽고 있는 중인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면 작가가 너무 '앞서갔다' 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들면 그의 조울증이 가족력이 있다는 부분인데
해마다 아이를 낳아서 해마다 죽어나가는 것을 봐야했던 그의 엄마가 겪었던 '조울증' 부분에서 말이다.
사실 그런 상황이라면 그 누구든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결국 작가도 '가족력' 을 확실히 하기보다는 은근슬쩍 흐지부지 논의를 내려버리지만...)

소통에서 막힐 때마다 외로움에 빠진 자신을 달래기 위해 그는 쾌락주의에 빠졌던 것 같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했던 만큼이나 심각한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것도 같다.
그것을 어느정도 이해할 것 같은 사람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느끼는 그의 음악은 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술에 취해서만 속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술에 취해 광분하면서도, 타인의 멱살을 잡지 못해서 벽에 술병과 유리잔을 집어던지고마는 유약한 폭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그것을 '나약한 놈' '병신같은 놈' 이라고 질타하는 사람 사이의 간격은
여간해서는 좁히기 힘들 지 모른다.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되지, 세상에 뭔 힘든 일이 그리 많고 우울할 일이 많을까 싶었고
우울증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유하기 힘들다는 글들과, 어느정도의 유전이라는 말을 정말정말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막상 내가 제어하기 힘든 우울증을 느끼게 되자, 그 모든 것들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달까.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도
남편은 나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절망하거나, 상처입지 않고 대략 툭툭 잘 털어버리곤 했고,
조금 더 단순했고, 조금 더 덜 민감했던 것 같다...
우울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더듬이가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엄연히 존재한단는 것.
그리고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그 '민감한 더듬이' 를 타인에게 설명하기란 불가능 하다는 것.
상황도 상황이겠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 탓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그게 꼭 병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게 이상하지' 라는 것도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열 몇명의 아이를 해마다 출산하고, 그 아이들이 1년쯤 살다가 죽고, 다시 임신을 하고, 출산하면서 마흔이 넘어버린 여인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는 것을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라든지 '그럴만하다' 로 생각하는 사람과, 
그 시대에 애들이 그리 죽어나가는 게 뭐 그리 특별한 상황도 아니었다, 로 생각하는 사람의 간격은
좁히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똑같은 상황에서도, 훨씬 덜 상처입을 것이고, 훨씬 더 꿋꿋할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민감한 더듬이' 로 인해 오는 조울증이나 정신병들의 '가족력' 이나 '유전' 을 이해하는 것도
간단하다. 간단히 뭉뚱그려 말 하자면 성향이나 성격, 아니겠는가.
슈베르트역시, 충분히 이길만한 상황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병을 만들어내는 '성향' 이었을 것이다.
다산과 영아 사망이 흔하디 흔했던 당시에,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의 엄마가 그런 '성향' 이었듯이.

그렇게 생각하니 '간단' 하구나.

그렇게 생각해보면, 슈베르트나 슈만(슈만은 그래도 좀 명확하지만)의 음악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간단' 하게 이해가 가능할 것 같고,
슈베르트와 슈만의 음악을 누구에게도 잘 추천하지 않는,
비슷한 정서라면 그 내면이 훨씬 안정적인 브람스를 내밀어버리는,  내 마음도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너무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 
혼자서만 듣고싶은 그 마음,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을 것 같은 그 느낌은
어쩌면 약간이라도 공유하고 있는 그 비슷한, 성향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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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성향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나 인터넷 안에서나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느끼는데....
사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으니 별 특별할 일은 아니긴 하다...
게다가 간단히 생각해 보면 그것도 일종의 성향 문제여서
본인들은 그걸 문제라고 생각도 하지 않으니 민감하게 느끼는 나만 병신, 일테다.

어쨋거나 덧글들을 보면, 독해능력이 있나, 싶을 정도로 '딴소리'를 해 놓는 사람은 흔하디 흔해서 신선하지도 않거니와
비아냥과 욕설을 보는 것도 딱히 충격적인 일도 아니고
'자기 할 말' 만 하고 가거나 '나 잘났소' 하고 떠나는 이들도 그닥 새로울 것 없지만
문제는 그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것 같은데서 오는 두통, 이랄까.....

도대체 요점을 모르겠는 글들과
의도를 모르겠는 덧글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씩 읽다보면 멍해지는, 빈도수가 너무 잦아졌다. (열에 여덟,아홉쯤.. 이라고 느껴진다면 거의 대부분 아닌가.)

한동안 안들여다보던 한국 사이트들을 너무 많이 들여다봐서 그런건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건지
늙어서 꼬장꼬장해지고 있는건지 객관적으로 파악은 못하겠지만....



이를테면 이 글 밑에
'Borodin Quartet 이군요' 라는 덧글이 달리면

so, what?





아무튼 그래서 요즘은 글 쓰기도, 읽기도 귀찮다.




인터넷 안의 글쓰기들이 얼마나 형편 없으면,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읽어도 '글 참 잘 쓰네' 로 느껴질까.....

얼마나 형편없는 소통, 소통도 아닌 '말 찌끄러기 툭 던져놓기' 가  일어나기에
요점을 잡아내어 말을 걸어오는 덧글을 보면
'사람 참 괜찮네' 까지 오바를 하게 될까. 헛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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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놀이 | 2009/06/24 04:51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2)
Commented at 2009/06/24 20: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6/25 10:34
괴롭지만, 반갑습니다. :(
저두요.
그럴리가요......

(문장 하나 하나에 덧글 달아봤습니다.)

늘 그래왔지만, 님 덧글 보면서 <사람 참 괜찮네 >,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푸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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