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14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현의 소리 (Schubert D.960)
*
피아노 줄을 맨손으로 통통 건드리면 이런 소리가 난다.

(몇 년 전에 Science center 에서 해 봤었다. 손톱이 아니라 손가락의 살 부분으로 살짝살짝 통통 건드리는데도
소리가 제법 커서 당황....했던 것도 잠시, 쭈그리고 앉아서 한 번 멜로디를 쳐봤는데 무척 좋은 소리가 나서 완전 중독되었더라는....)



그 때 이후일 것이다.
매 번 포르테 피아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치 열 개의 손가락이 피아노 줄을 직접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는 것.


음 길이가 길게 울려퍼지지도 않고 또각또각한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이상하게 이 소리들이 '건조하게' 들리는 게 아니라 참 촉촉하고 따스하게 들린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게 마치 '손가락의 살 부분으로 현을 세심하게 퉁퉁, 건드리기 때문이죠' 라는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마냥,
....서른이 넘은 성인여성이 생각하기에는.... 조금은 쪽팔릴만한, 실로 만화같은 상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사실 손가락을 통해서 온기가 전해지기 때문에, 현을 두드리지만, 따뜻한 소리가 나는겁니다.'
라고까지 발전하기 전에 음악듣기를 멈춰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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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은, 왠지 '반드시' 이 악기로 들어야 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있다.
슈만의 곡도, 이 악기로 들으니 분위기가 정말 너무 달라져서 놀랐던 기억이 있으니 꼭 슈베르트만의 분위기는 아니겠지만

따뜻하지만 묘하게 어둑어둑한, 딱 떨어지지 않은 듯, 경계가 불분명한 그 음색은,
분명 슈베르트와 너무도 잘 맞는 것만은 사실이다.









Schubert-Sonata D960-2 - Andreas Steier


-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을 칠 때 힘든 것 중 하나는, 그놈의 '분위기' 와 '음색' 인데
피아노를 아주 세심하게, 음 하나 하나의 길이를 고려해서 눌렀다 떼었다 해야 간신히 감을 잡을 것 같은 분위기랄까...
 
뭐랄까, 아주 집중하지 않으면, 너무나 멋대가리 없는 결과물들이 나오고,
조금만 신경써서 눌러줘도 확~ 다른 소리가 나고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죽을 힘을 다해도 곡 전체를 그렇게 끌고가는 것이 도저히 되지 않아서 (일단 길이가 만만찮아서..)
결국은 페달을 이걸 밟았다 저걸 밟았다, 그걸 길이를 조절해봤다 생 난리부르스를 치지만,
비극적이게도, 안 되는 건 끝끝내 안되곤 하는데.....

왠지 포르테 피아노를 가지고 쳐보면 그 음색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달까!!!!

착각도 유분수, 가 아니라, 정말로 그의 피아노 곡들은, 그 음색'만' 을 위해서 작곡된 것 같다는 말이다.

브렌델의 연주가 맘에 든다고 1년 열두달을 끼고 살다가도,
포르테 피아노 소리 한 번 듣고나면 싹 잊혀져버린달까...
작년 겨울에 예당 자료실에서, 이름도 모르는 연주자의 포르테 피아노 연주로, 슈베르트의 소나타 거의 전곡을 다 들었었는데
한동안은 꿈에서도 소리가 쟁쟁 울리는 듯 했다.






by 그림자놀이 | 2009/04/14 15:26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6)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4/14 15:34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 모짜르트의 피협 20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정취는 못 느꼈네요. 그저 '굉장히 다이렉트하구나'라는 인상만 받았더랬습니다.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4/14 15:42
모짜르트, 하이든, 베토벤의(몇 곡 제외하고..) 포르테피아노 연주는 별로 즐기지 않았습니다. ^^
지금도 역시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인데, 종종 재그랑거린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탓이거든요...

그런데 슈베르트와 슈만은 왠지 피아노에서 '다른 방식' 을 적용한 것 같달까요...
포르테 피아노를 가지고 전혀 다른 화법으로 말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다른' 소리를 찾아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Commented by CelloFan at 2009/04/16 15:17
슈베르트는 스타인웨이건, 포르테 피아노이건 참 사람 마음을 슬프게 하는 구석이 있네요. 포르테 피아노로 연주한 슈베르트 음반은 없는데, 한번 사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4/16 16:18
슬프게 하는 구석만큼, 또 놀랍도록 밝은 구석(이라고 말하기엔 늘 어딘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시선이 머물러 있긴 하지만...) 도 가지고 있지요.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이토록 '우아하게 '다룰 줄 아는 작곡가도 없었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무릎을 쳤다는... ^^
Commented by BuxWV at 2009/07/15 21:51
슈베르트가 사용하던 피아노가 그러했으니, 모던 피아노보다 포르테피아노의 음색을 위해서 만들어진 곡이라는게 분명 맞을 듯 한데요.... 얼마전 파울 바두라 스코다의 포르테피아노 슈베르트 퍄노소나타 1,2집을 샀거든요. 그런데 제가 기대한 것과 달리 너무 이상한거예요. 좋아하는 곡도 꽤나 괴상하게 연주되더라구요. 그저 제 생각이지만, 그 곡의 맛이 영 다 죽더라구요. D.960이 3집에 있어서 지금 3집을 마저 사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중이었는데....그림자놀이님 글을 읽으니 역시 사서 들어보긴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끈해졌어요.
전 슈베르트 퍄노소나타는 그냥 피아노가 훨씬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D.960은 루빈슈타인 연주가 미치도록 좋은데, 아무래도 제가 슈베르트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지금 저 슈타이어 플레이 버튼을 쿡 누르고 싶어 죽겠는데, 애가 자서....궁금해 죽겠네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7/16 03:36
전 바두라-스코다 연주를 꽤 좋게 들었었는데.... 맘에 들지 않으셨다면 그 분 연주가, 좀 '학자' 스러운 것도 한 몫하지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전 이 분 슈베르트 연주보다는 베토벤 연주가 좀 더 어울림이 좋게 들렸었습니다.

좀 더 자유롭게 노래하고 흘러가는 건 아무래도 슈타이어의 연주 쪽이 아닌가 싶어요.(개인적인 느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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