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0일
버려진 조각, Schubert Nottu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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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어실력에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읽는 슈베르트 전기는,
실상 그 더딘 진도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으며 음악까지 같이 찾아 듣는, 딱히 의도하지 않은 방법의 독서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렇게 느린 속도로 음악까지 찾아 들으며 읽다보니 생각보다 꽤 감동적인 독서가 되고 있다.

게다가 좋아진 세상 덕분에, 야밤에 애들 깨울 걱정 없이, cd 를 뒤적이는 수고 없이도
유튜브를 띄워놓고, 작품번호 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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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John Reed는 꽤 꼼꼼하게 각 시기별 사건들과 아울러 주요 작품들을 짚어주고 있고,
풍성하고 객관적인 비평을 덧붙이고 있는데다가, 작품목록 (연도순, 장르별)은 물론이거니와
연도순으로 사건 및 주요작품을 다시 표로 만들어서 써머리해 놓은 것까지 책 뒤에 친절하게 덧붙여놓은 탓에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슈베르트의 인생 자체가 험난한데서 오는 측은지심과 감상주의에 빠지는 것도 적절히 막아주고 있는 장점을 지녔다.


이제 여정은 1827년, 그가 죽기 1년 전까지 함께 왔다.
겨울나그네(겨울여행)와, 즉흥곡 두 곡, 악흥의 순간, 피아노 트리오.. 등이 주요 작품이다.
겨울나그네는 차마 듣지를 못하겠고 첫번째 피아노트리오를 들으려고 유튜브에서 검색어를 넣었는데
그냥 피아노 트리오, 라고만 넣으니 주루루루루루 쏟아지는데 죄다 2번 2악장.

아마도 이 곡이 드라마나 영화에 이곳 저곳 '쓰잘데기 없이' 많이 쓰인 탓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전도연이랑 최민식인가... 암튼 남편이 아내를 잔혹하게 찔러죽이는 장면인가에서 이 음악이 나와서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더라는... )
나머지 악장을 떼어놓고 이렇게 2악장만 떼놓고 듣기에는, 이 음악은, 너무 쓸쓸하다.
게다가 중간에 너무나 아름답고 밝은 멜로디가 펼쳐짐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광고에서 앞부분만 쪼각내 놓으니
작품이 가진 다양한 색깔이 비참함과 슬픔으로만 뭉뚱그려 인식된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하거니와....


그래서 사실은 조금은 밝은, 피아노 트리오 1번을 들으려다가, 왜일까... 버려진 조각, notturno로 마음이 향했다.


***
이 곡은 사실 1번의 느린악장으로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강한 인상이 부족하다보니 버려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곡의 일부분으로 끼지 못한 이 곡은 버려지지 않고 악보가 남아서 전해졌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마치 꿈속에서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듯, 피아노 반주는 한없이 평화롭게 출렁거리기를 반복한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그 무언가를 꿈 속에서 아련하게 만난 것처럼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는 희미한 영상이 음악 속에 가득 펼쳐져 있다.

혹, 그는 설핏 잠이 들었었을까.
어슴프레 동터오는 새벽에 꾸었음직한 꿈.
그 꿈 속에서만은 행복하고 아름답고 고통 없는 세상을 보았음직한 그런 느낌.
그 찰나에 보았던 내면의 행복을 은밀하게, 그림처럼 보여주는 이 곡은, 그러나 수줍고 단촐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그런 탓에 수줍은 주인에 의해서 그렇게 버려졌을테다. 

임팩트가 부족해서 중심으로 끼지 못한 채 버려졌던 이 곡만큼, 그런 인생을 살았던 그와 닮은 곡....
그러나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던, 그와 닮은 곡...
길이와 상관없이, 너무나 아스라하고 짧게만 느껴지는, 그의 삶과 역시나 닮아있는 곡,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행복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꿈과 환상의 세계로 건너가는 슈베르트가 보인다.
들을 때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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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라고 말하기엔 그 생이 너무 짧아서, 유년기 지나고나서 연대기순으로 몇 년 나열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책이 끝을 보인다.
그간 담담히 읽어왔는데, 1827년으로 넘어가니 감정이 더이상 담담해질 수가 없고,
2장만 더 넘기면, 1828, the final phase, 라는 소 제목이 보이는데, 차마 읽기가 가슴이 쓰리다.
말년의 그의 음악은 또 왜 이리 가슴을 치는가 모르겠다.








B flat piano trio의 2악장으로 작곡되어졌으나, 작품 안에 끼지 못하고 작곡가 스스로에 의해 버려진 조각, Notturno.





위의 곡 대신 들어가게 된 B flat piano trio의 2악장.  훨씬 더 세련되고 안정된 모습이긴 하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2악장이 훨씬 더 '적합'하고 '뛰어' 난 건 사실이다.











by 그림자놀이 | 2009/02/10 14:36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4)
Commented by Lucienne at 2009/02/20 01:55
작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클래식을 소재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만들었었어요.
너무 재미 위주였지만, 강마에 역으로 열연했던 김명민이 너무 대단해서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이런 장면이 있었어요....
갑자기 시향단원들의 연습실에 쳐들어와서 무대포로 실력을 확인하겠다는 시장에게

(말이 시향이지, 그냥 악기 좀 배워본 사람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집결해있는.. 뭐 그런 집단이었죠^^
시장은 시향 공연의 성공여부에 재선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입장이었구요...)

강마에가 아무말도 안 하고 슈베르트의 숭어를 피아노로 짤막하게 연주하곤, 이게 무슨 곡인줄 아느냐, 하니까
시장이 들어본것같습니다, 해요..ㅋㅋ 그러니까 강마에가 이건 슈베르트의 숭어라면서, (시장 : 아 송어요!!)

당시 슈베르트도 시장님처럼 경력, 배경 운운하던 사람들때문에 실력이 폄하됐었다,
시장님이 그때쯤 살았으면 천재 여럿 죽였을거다, 독설을 퍼부었었는데... 왠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 ㅎㅎ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2/26 12:24
강마에님 말씀이 옳군요. ^^
Commented at 2009/02/25 1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2/26 12:39
그 장면은 아름답기라도 하지요....(숨막히도록 느린 키스신과, 뭐랄까.. 절묘한 타이밍? - 음악이 딱 변할 때 둘이 입맞추지 않던가요...아무튼...)
해피엔딩처럼 잔혹한 장면에는 좀 안쓰였으면 해서요..... 뭐 나름 잘 쓰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 곡을 좋아하다보니 피튀기는 장면에서 듣고싶지는 않았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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