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02월 05일
*
요즘 넋을 놓고 빠져있는 곡,(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연습한 건 이제 고작 1주...) 슈베르트 소나타 중 리흐테르가 젤 좋아한다는 곡, 1,2악장은 소리를 만들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중간에 좌절하고 4악장을 먼저 붙들고 1주일째 씨름중이다. 대부분의 슈베르트 소나타가 악보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데 이 곡 4악장은 정말 물리적으로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멜로디들, 다른 조성들이 펼쳐진다. (정확히 한 장, 두페이지 분량씩 딱딱 떨어진다.) 그 두페이지씩을 조금씩 조금씩 쳐냈을 때의 만족감이란, 여느 다른 곡과 다를 바 없겠지만 그저 어느 한 순간만을 떼어놓고 무한 반복으로 연습한다 해도 질리는 줄을 모르겠다. 도대체 누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지루하다고 했던가!! (실은 내가 그랬다...--;) '인내심 부족' 이라고 쉬프가 제법 냉정하게 말했지만, 내 생각에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잡아내지 못하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순간 순간의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는 길이,를 감당하지 못하는게 아닐까. 인생이 그런 것처럼. 그래서 인생사가 맨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 한국에서 조르디 사발 공연을 보던 중 인터미션 때였는데, 바로 옆 리사이틀홀에서 어느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치고 있는 것을 모니터로 중계해 주고 있었다. 음료나 한 잔 할까 하고 나왔던 길은, 느닷없이 만난 이 곡 때문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모니터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넋을 놓고 있는 나 때문에 "무슨 유명한 연주자가 연주하는거야?" 라는듯한 표정으로 내 옆에 서 있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 그리워했던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 것처럼 그 멜로디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실은 사발 아저씨의 공연보다도, 인터미션의 소란스러움을 뚫고 들었던 이곡에 대한 느낌이 오히려 더 많이 남아있는 건 왜일까. 미처 끝까지 다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만났던 탓일까. 사발 아저씨의 2부공연, 매끄러운 부잣집 아들같은 헨델의 곡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연주의 질과 상관 없이) 마음 한 구석은 이 곡을 계속 듣고만싶어 자꾸 안달이 났고, 아쉬움만큼이나 이 곡이 언제까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서.. *** 어느 천년에 1악장부터 4악장까지 매끄럽게 쳐볼 수 있을까. 1악장은 그 깊이가 너무도 깊어서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소리를 만들어 낼 재간이 없게만 느껴진다... 피아노 앞에 앉을 때마다 건반을 어디까지 깊게 누르면 리흐테르처럼, 브렌델처럼 소리가 날까, 싶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나도 노래하듯, 이 곡을 쳐봤으면 좋겠는데 언제 그런 꿈처럼 아름다운 순간이 내게 찾아올까... 찾아오긴 할까?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ABOUT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와인 브랜드가 매우 궁금하군요 ^^ .
by rumic71 at 01/08 지금은 아마존에 재고가 있는데, 제가.. by 그림자놀이 at 01/08 바이닐과 함께 새 생활 시작하신 김에,.. by 그림자놀이 at 01/08 추천음반이 국내에는 없는 놈이네요. .. by jascha at 01/08 합창은 나름 괜찮습니다. by Levin at 01/07 제가 '음주'는 안되지만, '가무'에는 타.. by cleo at 01/07 ......해탈의 경지에 오르셨군요. .. by 그림자놀이 at 01/07 그러면 클레오님은 '춤' 도 되고 '노래' 도.. by 그림자놀이 at 01/07 그림자님 말대로 저또한 기도라는게 구.. by cleo at 01/07 그림자님께 고백하는 놀라운 저의 과거.. by cleo at 01/07 이글루 파인더
skin by 이글루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