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15일
Schubert - Great Symphony (2009.04.25 / Haitink,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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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왜들 연주하지 않느냐고 푸념을 늘어놓은 게 몇 년 된다.
실연으로 들어보고싶은 곡에  무려 베토벤 9번 교향곡을 제치고 나에게는 '1위' 로 올라와있는 곡이지만
연주회장에서 이 곡이 올라와있는 것은 이 번에 처음봤다.
08-09 시즌 팜플렛을 보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던 것은 실은 폴리니도 쉬프도 키신도 아니고, 이 곡 때문이었다.
누구의 지휘여도 상관없다. 이 곡을, 실제로 듣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시카고 심포니의 연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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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교향곡을 꼽으라면 베토벤과 브람스에서 한참을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은 이 곡을 집는다.

줄리니의 지휘, LP에서 흘러나오던 멜로디에 감전이 되어 도대체 어디가 1악장인지 어디가 4악장인지 구분도 못 한 채
꼬박 곡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린 것이 까마득한 기억 속, 교복을 입은 채다.

그것이 슈베르트의 것이라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슈베르트 교향곡은 '미완성' 한 곡 뿐이라고 생각했었거니와....
그것이 '미완성' 이 된 이유가 작곡 능력이 딸려서, 라고 생각했던 탓이었다.

어쩌면 이 곡과 만난 그 날부터, 가곡 이외의 슈베르트의 음악들을 찾아듣게 되었을 것이다.
 

***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티켓을 샀다.
2층 중앙, 이렇게 좋은 자리는 처음 사 본다.  티켓 값도 만만찮지만 망설이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지휘는 하이팅크인데 하이팅크여도 상관없고 히딩크여도 상관없다.
3일내내 밤 8시 공연밖에 없어서 무려, 혼자 기차타고 가서, 호텔에서 혼자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데도 상관없다.


객석에 앉아 한없이 출렁거리는 멜로디들을 따라가다보면 슈만의 말처럼, '천국' 같을까.


그의 삶이 미완성도 아니었고 비관론자인 것도 아니었다는 것은, 생전에 연주되어보지도 못한 그의 이 마지막 교향곡과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를 보면 너무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안타까운 청춘이 그려내는 마침표는 너무도 또렷하다.

그 마침표가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도 처연하지만 찬란하고 아름다운 희망인가,
이 곡을 듣다보면 굽이 굽이 돌아, 절망이나 슬픔 속에서도, 결국 인생을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Schubert Symphony NO.9-1 ( Carlo Maria Giulini / Chicago Symphony Orchestra)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당연 처음 만났던 줄리니와 시카고 심포니의 연주. 약간 우울한 색채감이 있긴 하지만...








2악장은 느리면 느린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색다른 맛이 있다. 이렇게 음질 안 좋아도 빛이 난다.
이 배우는 암만 봐도 슈베르트같다는!!




뵘 아저씨가 그려내는 유려하고 우아하면서도 절도있는 연주도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마력이 있다.




 
노장 브뤼헨이 그려내는 4악장은 눈부실정도로 빛이난다... 



그러니 누가 연주해도, 곡이 워낙 좋아서 상관 없다는.......
by 그림자놀이 | 2009/01/15 15:19 | 어쩌다 한번씩 가는 연주회 | 덧글(6)
Commented by 다음엇지 at 2009/01/15 16:17
하이팅크은 '소통' 의 음악을 하죠. 왠지 신뢰가 가는 지휘자에요. 늦은 봄 듣는 9번은 정말 멋지겠네요. *_*
늦었지만 행복하고 넉넉한 한 해 되세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1/15 16:53
누구의 지휘여도 상관 없다,고 했지만 사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너무너무 좋아하는 곡이라서, 그저 실제로 들을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꿈만같습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mented by Levin at 2009/01/15 16:58
전 작년에 실연을 봤는데 그날 컨디션이 안좋았는지 아니면 연주가 개판이었는지 (썩 그런거 같진 않았는데) 별로더군요. 요새는 그림자님이 사랑하는 분 지휘의 미완성 교향곡을 많이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1/15 17:09
이게 얼마만이랍니까? 제가 아는 분 맞으시죠? (말투로 보아...--;)
전 둘째 낳고 심신피로가 심각하여 악기 하나 이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였습니다. 슬슬 컨디션 회복(해야하는) 관계로 젤 먼저 집은게 이 곡이에요.

레빈님 말 듣고보니 저도 그 음반 꺼내들어야겠군요.... 왠지 코끝이 찡 하네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1/15 17:32
하이팅크라면 바로크에서 20세기 음악까지 못 다루는 게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전방위죠. 대충 어떻게 연주했는지는 감이 잡히는 데 시카고라는 점에서는 굉장히 흥미가 솟구치네요.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9/01/15 18:09
하이팅크 아저씨는 현재 시카고에서 종횡무진 활동중이시죠. 2010년 이후 무티가 상임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전까진 하이팅크와 불레즈 아저씨 두분이서 활약하시는 걸로 압니다. 주로 현대곡들을 많이 연주하시는 듯...

전 뭐 지휘자는 둘째치고, 제작년에 베토벤 9번을 시카고 심포니 연주로 들었는데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블롬슈테트의 해석은 너무 밍숭맹숭했지만...) 금관은 빵빵하고, 현은 아주 유려하면서도 힘있고 일사분란한게 사실 한국에서 들었던 빈필 소리보다도 더 좋게 들리더라는.... 그러니 슈베르트 9번도 기대가 남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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