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7일
둥글고 뭉툭한 소리


브렌델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들을 들으면 음 하나 하나가 뭉툭하게 통, 통 울리는 것이
둥그렇고 깊은 항아리를  치는 것 같다.
언젠가 영상으로 본 그의 손가락이 반창고 몇 개로 손끝이 잔뜩 감싸져 있는 걸 보고,(연습을 하도 해서 손끝이 갈라졌다고 한다.)
마치 그 반창고 때문에 그런 뭉툭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지만..)

몇 번의 상처가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다보면 뭉툭하게 굳은살이 배는 것처럼
브렌델의 연주는 마치 그렇게 둥글고 뭉툭한 소리,  적당히 무심한 소리, 적당히 따스한 소리, 적당한 거리감과 관조,
그러면서도 탁하지 않고 명료한 소리를 들려준다.

그것은 마치 오랜 세월을 통해 얻어진 혜안 같다.
브렌델의 슈베르트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이 편안해지는 이유다.







mp3에 담아 온 슈베르트를 밤마다 들으면서, 돌아갈 곳을 그리워한다. 그곳이 어딘지 알수도 없으면서.


by 그림자놀이 | 2008/11/27 19:51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8)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27 20:11
덕택에 녹음을 잘못하면 듣기 괴로운 소리가 될 경우도 있더군요. (필립스-성음 라이센스반 모피협 시리즈라든가)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11/28 14:01
rumic님은 그 음반(성음라이센스 모피협)에 한이 맺히신 듯. ^^
하긴, 브렌델의 슈베르트 소나타를 라디오에서 들었을 때랑, 예당 자료실에서 실제 cd로 들었을 때랑 느낌이 확 달라서 놀라긴 했었어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1/28 14:21
한이 맺힌 정도는 아니고 좀 많이 놀랐을 뿐이죠 ^^. 더 웃긴 건 한 번 복제를 떴더니 음질이 원본보다 좋아지더군요 ^^
Commented at 2008/11/28 04: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11/28 14:09
저도 슈베르트 좋아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심지어 하도 듣기 지루하고 따분해서 '작곡 능력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했었지요.^^;;
자신의 현재 상황이라든지 마음 상태에 따라서 끌리는 음악도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랑해마지않던 오페라들이, 지금은 너무 드라마틱하고 '정신 시끄러워서' 싫다는 거 아닙니까. ^^

그런데 그렇게 이것저것 들으면서, 인생을 배워나가고 감정을 배워나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님도 연말연시 푸근하게 보내시길.
Commented at 2008/11/28 10: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11/28 14:11
네 근처에 오실 계획 있으시면 미리 알려주세요. ^^
저도 맛있는 거 사드려야 할 듯...
Commented at 2008/11/28 17:04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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