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떠도는 이방인의 마음은 이런 것일까.어딜 가도 마음이 안착하지 못하고 쓸쓸한 것은.안착하지 못하는 쓸쓸하고 추운 자의 마음이 꿈꾸는 안식의 꿈은, 단지 열망일 뿐이기에 한없이 달콤한 것일게다.그 달콤함을 알아보는 것도, 쓸쓸한 영혼의 몫이다.한국 오는 길에 대한항공 기내방송 중에 Schiff가 진행하는 슈베르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한 편 있길래아이들 자는 동안 짬짬이 봤었는데 그 영상의 시작이 아마 이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쉬프 아저씨가 읊어주는 영시는 잘 해석이 안되었지만, 산 굽이굽이를 돌아가는 풍경 속으로 흐르던 이 곡을 들으면서깜깜한 비행기 안에서, 무릎을 베고 자고 있는 두 아이를 내려다보며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어디가 내 머무를 곳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눈가가 시큰해졌다. 방랑자의 마음은 그렇게 말 없이 가슴으로 전해졌다.한국에 왔다고 딱히 좋은 건 없고, 오히려 그나마 있던 조각만한 '나'의 시간도 없어져버리고 말았는데다가둘째와 나는 감기에 걸린 것이 아직까지 떨어지질 않아서 열이 오르락 내리락한다.짊어지고 왔던 가벼운 책 한 권은 여직까지 펼 시간이 없거니와, mp3에 담아온 음악조차 들을 시간이 없었다.어제, 그제, 자기 전에 이어폰을 귀에 거니 왜 그리도 슈베르트가 듣고 싶던지떠나 올 때 꾸역꾸역 눌러담아 온 밝고 긍정적인 음악들은 다 별로이고, '아마도 별로 생각나지 않겠지...' 라며 오히려 지워버리고 왔던 슈베르트의 음악들은, 오히려 사무치게 듣고싶어 눈물이 났다.집 떠나면 고생, 에 해당하는 그 '집' 이 이제 나에게는 다른 곳이 되어버린 모양이다.어쨌든 친정엄마에게 마냥 아이들을 맡기는 염치없는 성격도 되지 못하는 탓에아이 둘을 여전히 혼자 끌어 안고 하루 하루를 보내다보니 미국에서나 여기서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하도 힘들어서 오전에 잠시 쉬어볼까 하고 일주일에 세 번, 영어 회화 코스을 한 달 수강신청했다.그거라도 하면 잠시 숨통이 좀 트일까 해서다.레벨 테스트에서 9단계 (10단계가 젤 높음) 을 받은 일이 나름 기분 좋은 일이라면 기분좋은 일이랄까...한국 떠나기 전만 해도 중학교 영어책도 못 읽어서 벌벌 떨었는데, 난생 처음 가보는 영어학원에서 나름 높은 점수를 받으니얼떨떨했다. 중고딩때 학원도 안다녔던 인간인데다가 대학때도 영어공부 한 자 안 해 본 인간이라...영어 학원에 들어가는 일이 심장떨리는 일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모르겠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