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8일
속물

*
종교적인 인간이 되지 못하는지라 종교음악과는 일정정도 거리가 있는 편인데
바흐의 종교음악은 그 중에서도 (마음의) 거리를 좀 많이 두는 편이다.
싫어한다는 말이 아니라 듣고나서 좀 이래저래 기분이 복잡해진다는 의미다.

음악이야 중언 부언 말할 것도 없이 소름 돋도록 아름답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말끔한 조화와 균형이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 아니겠는가. 그의 음악엔 당연 끌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종교적으로, 그 소름돋도록 아름다운 찬양, 촛점 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저 한 곳을 바라보는 분위기에는
그닥 몰입할 수 없는 탓이다.
나같이 시궁창 속 속물에 가까운 인간에게는, 순수한 믿음, 의심 없는 믿음, 그게 도저히 안되는 탓이겠지..

모짜르트나 브람스, 포레의 레퀴엠은 들을 수 있어도,
바흐의 미사나 칸타타는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다.
경배하는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 완벽한 아름다움이 신의 세계를 위해 존재하는 세상에서 종종 불편함을 느끼는 건
..................솔직히 말하자면 왠지 내가 '따'가 된 것 같은 느낌 때문이랄까.

걱정해도 안 될 것 같고, 징징대도 안 될 것 같고, 모든 걸 신에게 의탁하고 어린 양이 되어야 하는 것 같은 느낌
너무 말끔하잖아. 이건.



**
남들과 달리 나는 주변에 즐거운 일이 생기고, 좋은 일이 일어나면 신을 찾게 되고
어려운 일이 있고 마음이 아프거나 해결 할 수 없는 것 같은 고통스런 시간들을 거치게되면
아주 냉랭해지고 냉정해져서 '신 따윈 개뿔' 을 외치고 이를 악 물고 스스로 견뎌내는 시건방진 인간에 속한다.

차라리 반대라면  훨씬 살기 편할 것 같은데 ....
힘들 때 신앙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참 답답하다.




***
요즘 심신이 아주 피곤하다.

열심히 산다고 열심히 살아도 참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못되고 나쁘게 사는 사람들은 참 별 탈 없이 잘만 살아가는 것 같아서 더더욱 속이 상하고,
배려 없이 말하는 사람들은 맨날 그런 식으로 말하고 살면서 아무런 미안한 마음도 없고,
툭툭 내뱉는 말에 상처 받는 사람들은 뭐 잘못 한 것도 없는 데 맨날 상처받고
딱히 착한 사람이 잘 사는 것 같지 않는 것도 여전하고,
나는 남을 배려하면서 신경 쓰면서 사는데, 내 주위의 그 어떤 타인도 나를 배려하거나 신경쓰며 살지는 않는 것 같고
나쁜 놈들은 어째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잘 살아가는 것만 같아서 속이 상하다 못해 요즘은 그냥 허탈하다.

모르는 바도 아니고 하루 이틀 이런 것도 아닌데,
에고..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모르는 바도 아닌데, 라고 하면서도 느닷없이 확 짜증이 나는 요즘이다.

이럴 때는 성당에 나가면 마음이 더 복잡해서 사실은 어디 사람 없는 곳에 가서 면벽수행이나 좀 했으면 좋겠다. 
유일신 코드는 진짜 나랑 안 맞는 모양이다..







  Bach - Mass in B minor


마음을 좀 평화롭게 하고자 듣고 있는데 뭐 효과는 그냥저냥 하는 것 같아서 베토벤, 슈베르트 만지작거리다가
그래도 이쪽이 좀 '모범답안' 에 가까운 것 같아서 좀 억지로도 들어주다가,
술 한 잔 하고 슈만도 집었다가, 다시 자기 전에는 이 곡을 듣기도 하다가,
아, 가사를 머리에 집어넣지 마, 가사를 생각하지마... 그러면서 이어폰을 내 던지고 잠드는,, 뭐 그런 정신없는 요즘....

뭐냐, 사춘기도 아니고.



by 그림자놀이 | 2008/07/28 14:51 | 낭만주의자의 취향 | 덧글(7)
Commented by 까꽁폭풍 at 2008/07/28 17:44
제가 음악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바흐같이 유명한 음악은 꽤 귀에 익더군요...라지만, 역시 몽이의 서커스가 더 좋다능. +_+/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07/29 12:25
흠.. 고수들도 어렵다 하는 바흐가 귀에 익으신다면 분명 대단한 내공
Commented at 2008/08/04 05: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08/04 07:13
비밀글님 / 님이 죄송하실 게 뭐 있습니까? '생각 없는' 글을 보면 그냥 제가 욱해서 ^^
Commented at 2008/08/04 11:0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kmade at 2008/08/04 18:00
음냐아아. 기억이 안나요. 예전에 이곳에서 스피커 이야기 하신 글을 찾고 있는데.. 무슨스피커였는지.. 좀 알려주시면 감사드립니다. ^^ (이글루는 검색이 너무 불편해요.T.T)
Commented by 그림자놀이 at 2008/08/04 23:35
이제 아기도 태어나고 하니까 지르시려는 거군요? ^^ 티볼리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음... 저도 어디 써 놨나 한참 찾았습니다. --;;

요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http://moon1016.egloos.com/1789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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