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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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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으로 언제 들어보겠나, 싶어 예매한 티켓이었는데도 정작 출발하는 날까지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던 것은 아무래도 래틀 때문이었나 싶다. 그와의 제법 심각한 첫만남은, 아마 작년 이맘때쯤의 그의 전기를 읽는 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책에서 얻은 선입견 때문일까,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로서의 '사업 수완' 이 좋은 그의 모습이 담긴 책을 읽고서 나는 오히려 그에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 기차 안에서, 이번에는 별 탈 없이 가나, 했는데 먹은 게 체해서 고생을 한 연후에 호텔방에 들어와서 공연시간까지 잠을 쿨쿨 잤다. 자고 일어나서 소화제를 집어먹은 이후에야 좀 편안해졌고, 시카고는 정말 징글징글하게 춥고 바람이 불었다. 약간 추운, 쌀랑한 날씨를 좋아했던 건 다 젊은 시절의 일인가. 머리 뼈가 쑤셔와서 싫다, 고 도리질을 치면서 걷는다. * 시카고에서 공연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공연 관람 태도가 참으로 좋다. 셀폰이 터진다거나, 정도 이상으로 기침이 나온다든지, 안다박수가 튀어나오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신, 늘 조는 사람들은 꽤 자주 보곤 했는데 이번 공연은 내 바로 옆사람과 앞사람이 하도 열심히 주무셔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시끄러운 것 보다는, 그렇게 잠들어 주시는 것이 괜찮지 않나, 그런 생각도 했다. 두 분의 아저씨 모두, 코 골지 않고, 새근새근, 아이처럼 곤히 잠들어 주셔서 감사했다. 래틀이 만들어낸 브람스는 그렇게 그네들에게 평화를 선사한 것일까. * 옆에 앉은 사람으로부터 뮤지션이냐는 소리는 이 번으로 벌써 세 번째 듣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장수만세' 가 주를 이루는 관객 연령층 때문인지는 몰라도, 혼자 와서 공연을 보고 앉아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여자가, 그네들 눈에는 음악 전공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왜 혼자서 공연을 보러 왜 오겠나? 쯤으로 생각하나??) 그래서 음악 전공생들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니 대략 걱정 없이 생긴 외모에 귀티나는 옷차림, 야리야리한 몸매들이 떠오르는데 어쩌면.....혹시 내가 그렇게 보여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다음번에도 또 뮤지션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왜 그렇게 묻냐고 꼭 물어봐야겠다. * 베를린필의 앙상블은 정말 기가막혔다. 그 말 이외엔 할 말이 없다. 불만이 있다면 래틀의, 약간 밋밋한 해석 때문이었고 악단의 정교하고 치밀한 앙상블에는, 기절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목관의 소리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사람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확인. 맘에 들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그너는 별 특별할 것이 없었고, 브람스 2번은 좀 실망스러웠으며 1부 마지막곡인 쇤베르그 연주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립박수는 여기서 치고 싶었었다.) 생각해보니 래틀에게 그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 브람스 2번 연주 내내 졸던 옆 아저씨와 앞 아저씨는 4악장 총주가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더니 사진기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서는 정말 어메이징한 퍼포먼스였다고 같이 온 친구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래도, 연주 내내 끄덕 끄덕 몇 번 심하게 흔들린 것 빼곤, 대체로 조용히 잠들어 주셨으므로 용서해주기로 했다. * 혼자서 할 일도 없는데다가, 브람스 연주가 맘에 들지 않아서 좀 황망해진 탓도 있고 해서, 연주자 대기실은 어찌 생겼나 구경도 할 겸 몇몇 사람들이 사인을 받겠다고 내려가는 걸 보고 구경차 내려갔다. 얼굴 익숙한 단원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영화처럼 구경하면서 대략 상황이 진행되는 걸 봤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래틀은 끝끝내 나와주지 않았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져 있지 않은 방문객과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는...) 사인 받겠다는 사람은 나 포함해서 6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좀 덜 튕겨도 될 법 하였건만...... 사인 받겠다고 애걸복걸을 하고 서 있는 사람 중 흑인 한 명 빼고 다 동양인이었던 것도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고 그랬다. * 평일 저녁은 처음인 시카고의 밤은, 서울처럼, 북적였다. * 와인이나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 싶어서 호텔 바로 들어갔는데, 테이블 자리가 다 차서 난생 처음, 정말로 바에 앉아봤다. 어색한 것은 일순간이고 두시간이 넘도록 바텐더와 수다를 떨고나니 이제는 혼자 노는 것도 거의 득도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음식 주문은 끝이 났지만, 바텐더는 주방에 남겨진 음식도 집어다주고,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 때마다 맛을 보라고 자꾸 주곤해서 오랜만에 제법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 와인 한 잔 마시고 가려던 길의 쓸쓸함은 그렇게 바텐더와, 낯선 도시에서, 낯선 언어로 떠들면서 조금씩 잊혀져갔고, 그가 내밀어주던 '코스모폴리탄' 이라는, 제법 달콤한 칵테일 세 잔과, 무거울 것도 없고 가별울 것도 없는 대화에 스스럼없이 웃고 또 웃으면서 실은 베를린필의 공연도, 어쩐지 모두들 조금은 거만한 채,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즐기고 있는 이 음악에 대한 짜증스러움도, 하루종일 괴롭히던 소화불량도, 그렇게 말끔히 날아가버렸다. 바텐더는 그렇게 세 잔의 칵테일과 안주에 대한 계산서 대신에 고작 와인 한 잔, 값이 찍혀진 계산서를 내밀면서 웃는다. 팁이나 좀 넉넉이 주고 나올 걸, 지금 생각하니 그냥 얼결에 20% 계산하고 나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팁을 넉넉하게 주고 멋있게 손 흔들고 나올 수 있을 때, 그 때는 정말 '득도' 한 것이리라. * 생각해보니 시월 말부터,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 아프지 않으려고 너무 애를 썼나, 돌아오는 기차에서부터 미열이 시작되더니 약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몸 아프면 후한 평을 주기 더 어려울 것 같아서 후기는 좀 미뤄야겠단 생각. 하지만.....음반에도, 연주에도 늘 후한 점수를 주는 편, 이라기보다는 내가 뭐 까탈스런 취향이 있지도 않고 분석하며 들을 능력도 안되는 편이라 맘에 안들면 그냥 잊어버리고 마는 성격인데 그 날의 연주는 . 사람들의 말과 달리, 나에겐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연주였고, 왠지 모르게 좀 기분 쓸쓸해지는 그런 연주였다. 바텐더 말처럼, 그냥 살사나 추는 편이 낫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 Brahms Symphony No.2 3rd mov. ( Carlos Kleiber / Wiener philharmoniker) 3악장에서의 목관의 소리는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런데 그걸 그렇게 출렁출렁 끌고가지 못하는 래틀의 지루한 솜씨는 얼마나 답답스러웠는지.... 1악장은 그저 그랬고, 2악장과 3악장이 너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어쩐지 내내 한 방향만을 보며 걸어가는듯해서 너무 지루했다. 4악장만 떼어놓고 보자면, 이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완벽한 합주력 때문인지 아주 좋았다. 그래서 다들 브라보를 외쳤을 것이다. 그래,. 4악장은 정말 쌈박하게, 만들어놓았다. 용두사미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좀.... 취향 탓이겠지만 어쪄랴. 나는 좀 더 나긋나긋하게 춤추듯 끌고가는 이런 연주를 기대했건만.... 나의, 고지식하지만 따뜻한 브람스 선생은, 왠지 어색한 현대식 정장을 입고 어정쩡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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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 공연 보고 오셨군요...부럽..
by cleo at 11/22 그렇게 보이나요?? 그렇담 다행입니다... by 그림자놀이 at 11/22 아마도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바이올.. by 그림자놀이 at 11/22 아마도 모르드코비치와 오피츠의 음반 .. by jascha at 11/21 쇤베르그의 곡은 기가막히게 잘 했어요... by 그림자놀이 at 11/21 말씀하신대로 정말 군더더기 없는 깔끔.. by 그림자놀이 at 11/21 뭐랄까... 래틀과 고전-낭만 독일-.. by 개구리 at 11/20 많이 나아지셨는지요^^ 저는 그나마 .. by Eiren at 11/20 저는 '문화의 도시' 서울에서도 예당 지척.. by 그림자놀이 at 11/20 그러함에도 저로서도 여전히 부럽습니다.. by CelloFan at 11/19 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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